전기차 시동 끈 애플…최대 수혜자는 테슬라

입력 2024-02-28 18:33   수정 2024-02-29 02:50

애플이 10년간 추진해 온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수요까지 둔화하자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 경영진은 최근 전기차 연구 조직인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체하기로 하고 관련 직원 2000여 명에게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이들 직원 중 상당수는 인공지능(AI) 부서로 이동할 예정이다. 일부 인력은 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10년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은 급성장 뒤 정체기를 맞은 전기차 시장의 단면이라고 업계는 해석했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 구현의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 등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카 프로젝트는 순탄하지 않았다. 2014년 프로젝트명 타이탄으로 시작된 애플카의 출시 목표 시점은 2025년이었다. 하지만 이후 2026년으로 연기된 뒤 2028년으로 더 미뤄졌다. 여기엔 애플이 목표로 잡은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레벨5’ 달성이 어려워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년간 애플카 개발에 투입된 자금은 100조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애플이 새로운 기술 분야에 투입한 자금은 1130억달러(약 150조원)에 이른다.

당초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스마트카를 구상한 애플은 이후 일정 조건에서 스스로 운전하는 레벨4(고도 자율주행)로 수정했다. 이후엔 레벨2 수준까지 눈을 낮췄다. 핵심 인력도 줄줄이 애플을 빠져나갔다. 이 프로젝트 책임자 더그 필드가 2021년 퇴사해 포드로 옮겼고, 애플카 개발에 관여한 디제이 노보트니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도 지난달 전기차 제조사 리비안으로 이직했다.

성장을 거듭해온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것도 애플카 개발 중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예측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연평균 65%씩 늘어난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는 9%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짧은 주행거리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자 소비자들이 내연기관과 전기 배터리를 함께 갖춘 하이브리드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가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 출고를 중단하고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 나선 것은 이런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전기차와 AI 중 AI를 택하는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누라그 아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빅테크 중 AI 경쟁에서 가장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이 ROI(투자 대비 수익) 등을 고려해 전기차를 포기하고 AI를 택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의 최대 수혜자는 테슬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력한 하드웨어 생태계를 갖춘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를 내놓으면 테슬라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경례하는 모습의 이모티콘을 올려 애플의 철수 소식을 자축했다.

업계에선 앞으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FSD’의 입지가 더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는 최근 FSD 베타버전 12 배포를 시작했다. 개발자의 주행 코드 없이 AI가 스스로 운전 동영상을 보고 학습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생성형 AI와 누적 3억 마일(4억8280만㎞)의 주행 영상 데이터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했다. 테슬라 내부에선 “베타버전 12가 완전 자율주행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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